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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독서록] 나에게도 쉬어가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어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이미지 출처 - Yes 24

 

 

요즘들어 부쩍 예민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졸업하기에 무서워 '졸업예정자'라는 이름을 얻은 채로 물 밖에 나온 물고기 처럼 간간히 팔딱거리며 숨을 쉬고 있는 느낌, 이따금 그런 느낌에 휩싸이곤 한다.

 

숨을 내쉴때마다 내가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육지의 공기가 몸 속으로, 폐 안으로 섞여 들어와 조금씩 나를 찢어간다. 내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나는 나도 참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이구나,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주변인들에게 싫은 말, 나쁜 행동을 하는 모습에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 사람들이 말하던 취준생이 힘든 이유란 분명 이런 것이리라.
단순한 '취직이 되지 않아 힘들어요' 가 아닌, '취직까지 달려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가 분명하다.

 

 

분명 멋진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이 지나온 길이고, 나도 지나가야 할 길인것을 알지만 절대 이 길이 쉬운 길이고, 쉽게 해내야 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이런 우리라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성장하고 나아가 시간이 흘러 분명 "그땐 그랬었지" 라고 말할 시기가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필자와 같은 잠시 쉬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은 영주로, 휴남동에 생긴 '휴남동 서점'의 주인이다.
그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몇일이고, 몇날이고 울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자신이 더이상 울지 않아도 된 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이 예전부터 원했던 서점이란 공간을 완성시키기 시작한다.

영주는 어릴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여인으로 성인이 되어서 서점주인이 되어야겠단 꿈은 갖고 있지 않았지만, 적어도 책을 정말이지 사랑했던 사람이다. 영주는 서점을 단순한 책을 파는 공간으로 머물러있게 하지 않고,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서점을 만들어 나간다.

손님이 책을 커피 한잔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바리스타로서 취준생인 민준을 데려오고, 비어 있는 공간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책으로 채우고, SNS에 자신의 독후감을 올리고, 가끔은 서점만의 북토크를 열기도 하면서.

 

#감상

 

휴남동 서점이 내가 알고 있는 서점과는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따뜻한 장소로 느껴지는 이유는 끊임없이 서점을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로 만들고자 하는 영주의 노력도 있지만, 휴남동 서점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전부가 어떤 이유에서든 이 사회에 지쳐있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죽어라 단추를 만들면서 하나 생각하지 못한 게 있던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뭘?

단추를 꿸 구멍이 없다는 거. 생각해봐. 옷이 있는데 한쪽엔 고급 단추들이 자르륵 달려 있어. 그런데 반대편엔 구멍이 없는 거야. 왜냐고? 아무도 구멍을 뚫어 주지 않았거든. 그러니 내 옷을 봐. 볼썽 사납게 첫 단추만 꿰져 있는 거지



 

자신이 취직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말하면서, 단추만 가득한 옷을 예시로 드는 민준의 말.

 

 

그냥. 긴장도가 조금 올라간 것뿐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긴장도 6 정도로 매일매일을 살았다고 쳐봐요. 6 정도면 그런 상태로 6개월이고 2년이고 계속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요즘 긴장도는 8 정도인 것 같아요. 이렇게는 오래 못 버틸 것 같은 거지. 사람이 높은 강도의 긴장감을 얼마나 오래 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 길지 않아요. 계속 유지하려다 몸도 마음도 망가져요. 

 

 

많이 바쁘다면 일을 좀 줄이라는 정서의 말에 대한 영주의 대답.

 

책 안에 있는 등장인물의 말들이 정말 내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아서,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는 것 같아서 그게 정말로 위로가 됐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서점에 들리는 단골 손님이었고, 영주였으며, 민준이었고, 그리고 또 다른 등장인물이었다.
요즘 부쩍 힘들다고 느껴지고 있다면, 혹은 글  초반에 썼던 필자의 말이 자신의 상황과 닮아있다고 느껴진다 생각하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