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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독서록] 세상의 끝에서 피어나는 SF 로맨스 - 지구 끝의 온실

 

이미지 출처 - YES24

 

 

이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보게 된 적이 있다.

언젠가 언니가 추천했던 제목을 기억했던가 나는 그 자리에서 책을 꺼내들었고 그 자리에서 정말 금세 읽어내렸다.

잠시 구경만 하려고 했던 책을 금세 읽어내렸던 건 분명 김초엽 작가님의 필력 덕분이리라.

 

그렇기에 김초엽 작가님의 새로운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나의 가슴을 뛰게했다.

전작에서 느꼈던 설렘이 다시금 나에게 들어와 물감처럼 퍼지는 느낌.

그렇게 나는 '지구 끝의 온실'을 꺼내들었다.

 

세계멸망 직전에 존재하는 온실은 어떤 느낌일까?

 

이번 책은 전작과는 다르게 옴니버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다양한 아이디어의 폭포수를 경험하는 듯한 전작의 느낌이 아닌,

하나의 신박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작가가 연주하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영'이다.

아영은 세계를 끔찍한 멸망의 직전까지 망가뜨린 '더스트'를 연구하는 더스트생태연구센터의 연구원이다.

그런 그녀에게 도시 해월에서 뛰어난 번식력으로 모든 생태계를 망가뜨리며 퍼져나가는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연구하라는 일이 주어지게된다.

그녀는 그 식물을 어렸을적 만났던 노인 '이희수' 의 정원에서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고 모스바나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아영은 그 정원에서 보았던 푸른빛을 쫓다가 익명의 메일로 '랑가노의 마녀들'을 조사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더스트로 인해 파괴된 도시

 

 

에티오피아에서 아영은 렝가노의 마녀중 한명, 나오미를 만나게 되고 모스바나의 비밀에 대해 듣게된다.

지구끝의 온실에는 작가의 풍부한 감성과 뛰어난 상상력이 녹아져있지만, 이 책에서 강조되는 부분은 그 상상력보단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희수'와 모스바나를 개발한 박사 '레이첼'의 서사가 아닐까 한다.

 

레이첼은 더스트에 의해 건강이 나빠지며 자신의 신체를 하나하나 기계로 바꿔간다.

신체의 절반이, 그리고  절반 이상이. 그러다가 뇌를 빼고 전부가 기계가 되었을 때 자신의 뇌를 기계로 바꾸는 수술을 엔지니어 '이희수'에게 맡긴다. 

인간의 감정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뇌를 제외한 모든것이 기계인 사람은 아직도 사람인가? 뇌까지 기계로 바뀐 사람은 아직도 사람인가? 어쩌면 흔할 수도 있는 SF의 소재인 인간의 기준에 대한 생각이 이 소설에 녹여져 나타나있다.

 

인간과 기계는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지는가?

 

 

세계를 구원하는 '모스바나'를 중심으로 아슬아슬하게 전개되는 이희수와 레이첼의 감정선은 굉장히 인간적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내내 레이첼의 몸이 기계로 지속적으로 대체되어 가는 중에도, 나는 레이첼이 인간이고, 계속하여 인간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간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은 본인이 정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떤 것이 인간인지, 그리고 나는 계속하여 인간인지는 본인의 행동과 본인의 생각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레이첼은 인간이고자 행동하기에 인간이라 생각했다.

 

'지구끝의 온실'은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책을 읽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드라마로서 접하시길 추천드린다.

세계 멸망의 끝에서 빛나는 온실처럼, 멸망앞에서 더욱 빛나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